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의심될 때,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배우자 몰래 대화를 녹음하거나,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있는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몰래 촬영해 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막상 재판에 증거로 냈을 때, 법원이 그대로 인정해 줄까요? 최근 대법원은 이 질문에 대해 상당히 정교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몰래 녹음한 파일과 몰래 촬영한 문자메시지를 서로 다르게 취급한 것입니다. 오늘은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공2026상, 1209)을 통해 그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경과
원고와 소외인은 2005년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였습니다. 소외인이 2021년 원고를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고, 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이혼소송으로 이행되었습니다. 원고는 이 소송이 진행되던 중이던 2021년 9월경부터 11월경 사이에 두 가지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첫째, 소외인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하여 소외인과 피고들의 대화를 녹음했습니다. 둘째, 소외인의 휴대전화에 보관되어 있던 문자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등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했습니다. 원고는 이 두 행위로 각각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위반죄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9조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기까지 했습니다. 즉 두 증거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를 통해 수집된 자료였다는 점에서는 같았습니다.
원고는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소외인과 부정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상대방들을 상대로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심인 서울중앙지법(2024. 1. 23. 선고 2023나4119 판결)은 녹음파일·녹취록과 촬영한 사진을 모두 증거로 채택하여 부정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들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했습니다. 이에 피고들이 상고했습니다.
쟁점 1 — 몰래 녹음한 대화, 증거능력이 있는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라고 하면서, 제2항에서 “제4조 내지 제8조, 제9조제1항 전단 및 제3항, 제9조의2, 제11조제1항·제3항·제4항 및 제12조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 또는 청취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4조는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들을 근거로, 제3자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그 녹음파일이나 녹취록은 같은 법 제14조 제2항, 제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므1659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원고가 배우자의 차량에 몰래 설치한 녹음기로 확보한 녹음파일·녹취록 역시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이 부정되었습니다. 재판의 공정이나 개별 사정을 따질 것도 없이, 이 유형의 증거는 애초에 재판규범상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쟁점 2 — 몰래 촬영한 문자메시지, 증거능력이 있는가
그렇다면 정보통신망법 제49조를 위반해 수집한 증거도 마찬가지로 무조건 배척될까요. 정보통신망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통신비밀보호법처럼 이를 위반해 수집한 자료의 증거능력을 별도로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중요한 원칙을 제시합니다.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면서(제202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형사소송법과 달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통신비밀보호법과 같이 개별 법령에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가 아닌 한, 위법하게 수집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아무 제한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그러한 증거의 증거능력 유무는 민사소송법의 기본이념인 재판의 공정과 신의성실의 원칙을 기초로,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과 실체적 진실발견의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때 법원이 고려할 요소로는 ① 사건의 내용과 성격, ② 문제 된 위법행위의 주체·경위 및 방법, ③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피해의 내용 및 정도, ④ 위법행위에 관련된 이해당사자 사이의 관계 및 분쟁의 양상, ⑤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로 증명하고자 하는 대상의 특성, ⑥ 증거확보의 필요성 내지 긴급성 등을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이 이 사건 촬영증거를 인정한 이유
대법원은 위 기준을 적용해 이 사건 ②증거(문자메시지 등 촬영 사진)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 증거는 원고가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배우자의 주장에 대응하고 부정행위를 증명하기 위해 수집한 것으로, 그 성격상 배우자의 부정행위라는 사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습니다. 둘째, 원고가 촬영행위를 할 당시 원고와 배우자는 법률상 부부로서 동거 중이었고, 촬영 장소도 두 사람이 함께 거주하던 주거지 내부였습니다. 셋째, 촬영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과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분쟁의 양상에 비추어 볼 때 소외인과 상대방들의 사생활이나 인격적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넷째, 부정행위 사실을 증명할 다른 적법한 수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증거확보의 필요성과 긴급성도 인정되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녹음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설시에서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촬영증거만으로도 부정행위 사실을 인정한 결론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실무적으로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가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뚜렷합니다.
먼저, 제3자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행위는 증거법상으로도, 형사법상으로도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를 위반한 녹음물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3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해당하여 오히려 녹음한 사람이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의심되더라도 배우자와 상간자 사이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 두는 방법은 권할 수 없습니다.
둘째, 배우자 본인의 휴대전화 내용을 촬영하는 행위 역시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어 형사적 위험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판결에 따르면 그렇게 수집한 증거라도 민사소송에서는 곧바로 배척되지 않고, 수집 당시 동거 여부, 수집 장소, 사안의 성격, 침해된 이익의 정도, 증거확보의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으로 증거능력이 판단될 여지가 열려 있습니다. 다만 이는 이 사건과 같이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던 상태에서 동거 중인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한 사안에 특유한 형량 결과이므로, 별거 중이거나 이미 이혼한 배우자, 또는 제3자의 기기를 상대로 한 경우에는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셋째, 증거수집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정작 필요한 재판에서 그 증거가 아예 쓸모없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증거를 수집한 사람이 형사처벌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부정행위 의심 정황이 있다면 무작정 자료부터 모으기보다, 어떤 자료를 어떤 방법으로 수집해야 법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재판에서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는지 사전에 점검받으시길 권합니다.
핵심 법령 한눈에 보기
| 법령 | 조문 | 핵심 내용 |
|---|---|---|
| 통신비밀보호법 | 제3조 제1항 |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녹음·청취 금지 |
| 통신비밀보호법 | 제14조 제1항·제2항 | 제3자의 대화 녹음 금지, 제4조(증거사용 금지) 준용 |
| 통신비밀보호법 | 제4조 | 불법감청으로 지득·채록한 전기통신 내용의 증거사용 금지 |
| 정보통신망법 | 제49조 | 타인의 정보 훼손, 비밀 침해·도용·누설 금지(증거능력 배제 규정은 없음) |
| 민사소송법 | 제202조 | 자유심증주의 — 법원이 증거의 신빙성·증거능력을 개별적으로 판단 |
마치며
이번 판결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하더라도 민사소송에서는 형사소송과 달리 일률적으로 배척되지 않는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면서도, 통신비밀보호법이 적용되는 대화녹음과 그 밖의 위법수집증거를 구분해 증거능력 판단의 틀을 한층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본 정보는 일반적인 법률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상담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증거수집의 경위와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시다면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