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을 마치고 재산분할 문제가 정리되기 전에 전 배우자가 갑자기 사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재산분할청구권은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진 권리라는 말을 들어보신 분들은, 상대방이 사망하면 재산분할을 더 이상 청구할 수 없는 것 아닌지 걱정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재산분할 심판 계속 중 상대방이 사망하면 절차가 종료된다는 법리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혼은 이미 성립했고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만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경우 재산분할의무가 상속인에게 승계되어, 이혼한 당사자는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26. 1. 15.자 2024스876 결정(공2026상, 419)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경과
청구인은 망인과 협의이혼 신고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고, 이후 망인이 사망하였습니다. 청구인은 망인의 상속인인 상대방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이 사건 심판을 신청하였습니다.
원심(서울고법 2024. 11. 27.자 2024브2020 결정)은 청구인과 망인 사이에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온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어 청구인의 재산분할 청구가 적법하다고 보았고, 나아가 망인의 재산분할의무가 상대방들에게 상속된다는 전제에서 협의이혼 신고일을 기준으로 아파트 가액을 산정하고, 청구인 운영 공장의 기계류 가액을 개인회생 사건 재산목록에 따라 산정하였으며, 재산분할 비율을 청구인 40%, 망인 60%로 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청구인과 상대방들 모두 재항고하였습니다.
쟁점 — 이혼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면 재산분할의무는 상속인에게 승계되는가
민법 제839조의2 제1항은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민법 제843조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에도 제839조의2를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까닭에, 판례상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지는 권리로 이해되어 왔습니다(대법원 2022. 7. 28.자 2022스613 결정 참조). 권리자 본인만이 행사할 수 있는 일신전속적 권리라면, 그 권리자나 의무자가 사망한 경우 권리·의무가 상속인에게 그대로 승계되는지가 문제 됩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먼저 재산분할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되짚었습니다. 재산분할 제도는 이혼 등의 경우에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며, 이는 민법이 혼인 중 부부 어느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완하여, 이혼할 때는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여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라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어서 대법원은, 비록 재산분할 청구 사건에서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의 청산뿐만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고 이러한 이유로 재산분할청구권이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지지만,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와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보면,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경우 그의 재산분할의무는 상속인들에게 승계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은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재산분할청구권의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은 권리자 본인만이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상대방인 의무자가 사망한 경우 그 의무 자체가 소멸하거나 상속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따라, 청구인이 망인과의 협의이혼 신고를 마친 다음 망인이 사망하자 그 상속인인 상대방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한 이 사건에서,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는 하나 망인의 재산분할의무가 상대방들에게 상속된다고 본 결론 자체는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 협의이혼 신고일 기준의 재산가액 산정, 개인회생 재산목록에 따른 기계류 가액 산정, 40대 60의 분할비율 산정에도 법리 오해나 심리미진의 잘못이 없다고 보아, 청구인과 상대방들의 재항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실무적으로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가
이 결정이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뚜렷합니다.
먼저, 협의이혼이나 재판상 이혼이 성립되었는데 재산분할에 관한 합의나 심판이 마무리되기 전에 상대방이 사망하더라도, 재산분할청구권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다만 이 법리는 ‘이혼이 이미 성립한 상태’에서 재산분할만 남아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재산분할심판 청구 자체를 하기 전에, 즉 이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자 일방이 사망한 경우는 혼인관계가 사망으로 종료되어 상속이 개시되므로 이와는 법률관계가 다릅니다. 이혼 성립 여부와 시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에 따라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므로, 상대방의 사망 여부와 무관하게 제척기간 준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 상속인이 누구인지,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여부 등도 함께 확인하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법령 조문 | 핵심 내용 |
|---|---|
| 민법 제839조의2 제1항 | 협의이혼한 자의 재산분할청구권 |
| 민법 제839조의2 제3항 | 재산분할청구권의 제척기간(이혼한 날부터 2년) |
| 민법 제843조 | 재판상 이혼에 대한 재산분할 규정의 준용 |
마치며
이 결정은 재산분할청구권이 행사상 일신전속성을 가지더라도, 이혼이 이미 성립한 이상 그 의무자가 사망하면 재산분할의무는 상속인에게 승계되어 이혼한 당사자가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 소개한 법리는 일반적인 설명이며, 실제 사건에서는 이혼 성립 시점, 협의 여부, 상속관계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혼 후 재산분할을 준비 중이시라면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