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상속받아 공시지가나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상속세를 신고·납부했는데, 몇 달 뒤 세무서로부터 “감정평가를 다시 받아보니 시가가 훨씬 높다”며 세금을 더 내라는 고지서가 날아온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국세청은 고가의 비주거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상속세 신고 이후 별도로 감정평가를 의뢰하여 그 감정가액으로 세금을 재산정하는 실무를 운영해 왔고, 이를 둘러싼 다툼이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과세관청의 사후 감정평가가 허용되는 근거와 한계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공2026상, 1248)을 통해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경과
원고는 2019. 4. 9. 모친이 사망함에 따라 모친 소유이던 서울 서대문구 소재 토지 지분을 상속받았습니다. 원고는 2019. 10. 15. 이 토지의 가액을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20. 12. 22. 법률 제176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 제60조 제3항, 제61조에서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약 74억 원으로 평가하여 상속세를 신고·납부하였습니다.
그런데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020. 6.경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에 가격산정기준일을 2019. 10. 10.로 정하여 이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하였고, 각각 약 121억 원, 약 119억 원의 감정가액이 나왔습니다. 원고 역시 이에 대응해 다른 두 곳의 감정평가법인에 감정을 의뢰하였는데, 두 곳 모두 약 110억 원으로 평가하였습니다. 관할 세무서장은 이 네 개의 감정가액 평균인 약 115억 원을 이 토지의 시가로 보아 상속세 약 21억 9천만 원을 부과·고지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소송 계속 중 법원은 별도로 감정인을 선임하여 상속개시일을 가격산정기준일로 한 공시지가기준법에 따른 감정을 실시하였습니다. 원심(서울고법 2024. 10. 11. 선고 2023누68151 판결)은 법원감정 결과에 따라 시가를 인정하고 정당세액을 산출하여, 처분 중 정당세액을 초과하는 부분만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원고와 피고 모두 상고하였습니다.
쟁점 1 — 과세관청이 신고 이후 별도로 감정을 의뢰해 시가를 재산정할 수 있는가
구 상증세법 제60조 제1항은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이하 ‘평가기준일’이라 한다) 현재의 시가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하고 수용가격·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포함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제3항은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자신이 이미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적법하게 신고·납부를 마쳤는데도 과세관청이 사후에 별도로 감정을 의뢰하여 그 결과로 시가를 재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속세는 부과과세 방식의 조세로서 납세자의 신고만으로는 조세채무가 확정되지 않고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할 때 비로소 확정되므로, 신고가액이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면 과세관청은 별도의 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신고 내용과 달리 산정할 권한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2020. 2. 11. 대통령령 제303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가 정한 평가기간 경과 후 법정결정기한까지의 기간 중 감정의뢰 규정은 그 문언상 감정 의뢰 주체를 납세자로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과세관청이 신고 내용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도 함께 규율하는 조항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쟁점 2 —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 어느 기간까지 충족되어야 하는가
구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는 평가기간이 아닌 시기의 감정가액도 “평가기준일부터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날까지의 기간 중에 주식발행회사의 경영상태, 시간의 경과 및 주위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보아” 신청하는 때에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 제2호는 감정가액에 관하여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 양자를 모두 기준일로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문언을 체계적으로 해석하여,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은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의 기간뿐만 아니라 가격산정기준일부터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도 충족되어야 비로소 해당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가격산정기준일이 평가기간 내에 있더라도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이 평가기간 경과 후부터 법정결정기한까지의 기간에 속한다면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가격변동 사유도 배제되지 않으며, 토지의 분할·합병이나 용도지역 변경과 같은 개별 사정뿐 아니라 개별공시지가 등 공시가격의 누적된 변동 폭, 지역 평균 지가변동률과의 괴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개별공시지가 상승률과 해당 지역의 지가변동률의 변동폭에 비추어 볼 때 4개 감정가액 평균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볼 수 없어 시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법원감정은 시행령상 요건에 구속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과세관청이 의뢰한 감정가액이 시가로 인정되지 않게 되자,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별도로 선임한 감정인의 감정 결과로 시가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법원이 실시하는 감정은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따라 준용되는 민사소송법상 감정에 관한 조항에 근거한 증거조사로서, 구 시행령 제49조 제1항이 정하는 과세처분 단계의 감정과는 법적 성격과 기능을 달리한다고 보았습니다. 시행령 제49조 제1항이 감정의 시기나 감정기관의 수 등에 일정한 요건을 두고 있더라도, 법원이 재판절차에서 시가를 판단하기 위해 실시하는 감정에까지 그러한 요건이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과세관청이 부과처분 단계에서 상증세법령이 예정한 감정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처분을 했다가 소송 단계에서 법원 감정을 신청한 경우, 이를 그대로 허용하면 시행령이 마련한 절차적 통제가 잠탈되거나 형해화될 우려가 있는 때, 또는 감정신청이 이미 주장된 시가 증명에 필요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과세관청에 유리한 자료를 모색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때에는, 법원이 납세자에게 예기치 못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지 더 면밀하게 심리해 채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상속개시일을 가격산정기준일로 한 공시지가기준법에 의한 법원감정 결과에 따라 시가를 인정하고 정당세액을 산출한 것에 잘못이 없다고 보아,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실무적으로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가
이 판결이 상속·증여세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뚜렷합니다.
먼저,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적법하게 신고·납부를 마쳤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은 고가의 비주거용 부동산이나 나대지는 국세청이 법정결정기한 내에 별도로 감정평가를 의뢰하여 시가를 재산정할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상속·증여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나도록 부과처분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추가 감정평가로 인한 세액 변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과세관청의 감정가액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시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뿐 아니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의 기간 동안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주장·증명해야 할 사항입니다. 감정의뢰 시점과 감정서 작성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크거나 그 사이 공시지가 상승률, 지가변동률 등이 유의미하게 움직였다면, 이를 근거로 감정가액의 시가성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셋째, 과세관청의 감정가액을 다투는 과정에서 소송으로 이어지면 법원 감정을 통해 다시 시가를 다툴 수 있습니다. 이때 법원 감정은 시행령상 감정기관 수나 절차적 요건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감정인 선정과 감정방법(공시지가기준법 등)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과세관청이 부과 단계에서 제대로 된 감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송에서 뒤늦게 감정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해 납세자가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원의 신중한 심리를 구하는 주장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 법령 조문 | 핵심 내용 |
|---|---|
|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1항·제2항 | 상속·증여재산 평가의 시가주의 원칙, 감정가격 등의 시가 인정 |
|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3항 | 시가 산정이 어려운 경우 보충적 평가방법 적용 |
|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 | 평가기간 경과 후 법정결정기한까지의 감정가액도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시가로 인정 가능 |
|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2항 | 감정가액의 경우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을 기준으로 평가기간 해당 여부 판단 |
|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행정소송에 민사소송법령 준용 |
| 민사소송법 제202조 | 자유심증주의 |
마치며
이 판결은 상속세 신고 이후에도 과세관청이 감정평가를 통해 시가를 재산정할 수 있다는 점과, 그 감정가액이 시가로 인정되기 위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 없음’ 요건이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 확장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법원감정의 독자적 지위까지 함께 정리했다는 점에서 실무적 의미가 큽니다. 다만 이 글에서 소개한 법리는 일반적인 설명이며, 실제 사건에서는 감정 시점과 대상 부동산의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속세 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이나 감정평가 대응을 계획 중이시라면 반드시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전략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