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하게 조성된 자금 지원도 이혼 재산분할에서 배우자 기여로 인정될까 (대법원 2024므13669, 13676 판결)

이혼 재산분할에서 배우자의 부모나 가족이 경제적으로 지원해 준 것도 그 배우자의 기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법리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지원 자금의 출처가 불법적으로 조성된 것이라면 어떨까요.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불법 자금의 지원 사실을 기여로 내세우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 대법원이 최근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아울러 이 판결은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배우자가 처분한 재산을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13676 판결(공2025하, 2160)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경과

원고(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는 1989년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 원고는 대기업 그룹 회장이었던 소외 2의 아들이었습니다. 원고는 혼인 중이던 1994년 그룹 계열사로부터 이동통신 관련 회사의 주식을 자신 명의로 매수하였는데, 이 주식은 이후 인수·합병·액면분할·증여·매각 등을 거쳐 현재 원고가 보유한 대량의 주식(이 사건 ○○주식)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피고는 소송 과정에서, 자신의 부친인 소외 1이 1991년경 원고의 부친인 소외 2에게 상당한 금전(약 300억 원 상당으로 추정)을 지원하였고, 이것이 원고의 주식 매수자금 등 형성에 기여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를 재산분할에서 피고 측 기여로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소외 1은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다수의 기업인들로부터 정치자금 내지 통치자금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였고, 그 뇌물로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가 이 사건 자금의 출처로 지목되었습니다. 원심은 이 자금 지원 사실을 피고의 기여로 참작하고, 원고가 혼인관계 파탄 이후 제3자에게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일부 재산도 분할대상에 포함하여, 원고 40%, 피고에게 유리한 비율로 재산분할을 명하였습니다. 이에 원고가 상고하였습니다.

쟁점 1 — 불법하게 조성된 자금 지원을 재산분할의 기여로 참작할 수 있는가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합니다. 원고는, 소외 1이 소외 2에게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지급한 사실을 재산분할에서 피고의 기여로 인정하는 것은 불법원인급여의 반환을 불허하는 민법 제746조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불법’의 의미를 명확히 했습니다. 민법 제746조에서 말하는 ‘불법’이 있다고 하려면, 급부의 원인이 된 행위가 그 내용이나 성격 또는 목적이나 연유 등으로 볼 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될 뿐 아니라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급부가 강행법규를 위반하여 이루어졌지만 이를 반환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규범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민법 제746조는 민법 제103조와 함께 사법의 기본이념으로서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을 법의 보호영역 밖에 두어 스스로 한 급부의 복구를 어떠한 형식으로도 소구할 수 없다는 법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지, 단지 부당이득반환청구만을 제한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9. 9. 29. 선고 89다카599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혼을 원인으로 민법 제839조의2, 제843조에 따라 재산분할을 청구함에 있어서도 불법원인급여의 반환청구를 배제한 민법 제746조의 입법 취지는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혼에 의한 재산분할이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그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여 귀속시키는 제도이므로, 부부 일방의 부모 등이 한 경제적·비경제적 지원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하였다면 이를 그 부부 일방의 기여로 참작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기여가 내용이나 성격, 목적이나 연유 등에 비추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함에도 이를 재산분할에 참작할 기여로 평가하는 것은 민법 제746조의 취지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입하여, 대법원은 소외 1이 대통령 재직 중 일반 뇌물 사건의 수뢰액을 상당히 초과하는 거액을 수수하고, 그 일부를 사돈이나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면서 이를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환수를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설령 당시 이를 직접 금지하는 규범이 없었더라도 그 내용이나 성격, 목적이나 연유 등에 비추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여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이 자금의 반환을 직접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에서의 기여로 주장한다 하더라도 그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고, 이러한 행위는 전체 법질서 관점에서 용인될 수 없는 이상 재산분할에서의 기여를 포함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고 보아, 이를 피고의 기여로 참작한 원심 판단에 민법 제746조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쟁점 2 — 혼인 파탄 이후 처분한 재산,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는가

대법원은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변론종결일 사이에 생긴 재산관계의 변동이 부부 중 일방에 의한 후발적 사정으로서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관계와 무관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동된 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므1455, 1462 판결 참조). 따라서 혼인관계 파탄 이후 부부 일방이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 없이 적극재산을 처분하였다면 이를 변론종결일에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으나, 그 처분이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변론종결일에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재단 등에 증여하거나 친인척에게 증여한 주식, 동생에 대한 증여금 및 증여세 대납금 등은 모두 혼인관계 파탄일 이전에 이루어졌고, 그룹 경영권 확보나 안정적 경영활동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혼인 중 부부공동재산의 유지 또는 가치 증가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처분들이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이를 원고가 여전히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여 분할대상에 포함한 원심 판단에 분할대상 재산의 산정 기준 시기와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쟁점 3 — 유책배우자의 위자료 액수 산정 기준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산정할 때에는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 변론에 나타나는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정해야 하고, 이러한 사정에는 혼인관계 파탄 이후 최종적 이혼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모든 사정이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4므11526, 11533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원심의 위자료 산정에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잘못이 없다고 보아 이 부분 상고는 기각되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재산분할 청구 중 기여도 평가와 분할대상 재산 산정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고, 위자료 청구를 포함한 나머지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실무적으로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가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배우자의 부모나 가족의 경제적 지원을 재산분할에서 기여로 주장할 때는 그 자금의 출처와 조성 경위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자금의 출처에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한 불법성이 있다면, 그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재산분할에서의 기여로 주장하는 경우에도 민법 제746조의 취지에 따라 참작될 수 없습니다.

둘째, 혼인관계 파탄 이후 이루어진 재산 처분을 다툴 때는 그 처분이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처분의 경위, 목적, 처분 당시 혼인관계의 상태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분할대상 포함 여부를 좌우합니다.

셋째, 위자료는 혼인관계 파탄 이후 최종적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사정이 반영되므로, 소송 진행 중의 태도나 사정 변경도 위자료 액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법령 조문 핵심 내용
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 반환청구의 배제
민법 제839조의2·제843조 재산분할청구권 및 재판상 이혼에 대한 준용
민법 제751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806조·제840조·제843조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 및 재판상 이혼 사유

마치며

이 판결은 이혼 재산분할에서 배우자의 기여를 평가할 때 그 기여의 원천에 현저한 불법성이 있다면 민법 제746조의 취지에 따라 이를 참작할 수 없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명확히 제시하고, 혼인관계 파탄 이후의 재산 처분을 분할대상에 포함할 것인지에 관한 판단기준도 함께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다만 이 글에서 소개한 법리는 일반적인 설명이며, 실제 사건에서는 자금의 출처와 조성 경위, 재산 처분의 목적과 시점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액의 재산분할 사건을 준비 중이시라면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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