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의 기산점 (대법원 2025므10716 판결)

배우자가 제3자와 부정행위를 저질러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었을 때, 그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려는 분들이 흔히 부딪히는 벽이 있습니다. “부정행위를 안 지 3년이 지났으니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상대방의 항변입니다. 실제로 부정행위 사실을 알게 된 시점과 실제 이혼에 이르는 시점 사이에는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따라 청구권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부정행위 자체를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를 구분해 소멸시효 기산점을 달리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5므10716 판결(공2026상, 673)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경과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은 1998년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 슬하에 성년 자녀 3명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은 2017년 초경부터 교제하면서 서로를 애정 표현으로 부르고 신체적 접촉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원고는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피고에게 항의하였으나, 그 후에도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관계는 일정 기간 이어졌습니다.

원고는 2022. 10. 13. 제1심 공동피고 1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는 한편, 제1심 공동피고 1과 피고를 상대로 두 사람의 부정행위로 인해 자신과 제1심 공동피고 1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소송 계속 중이던 2023. 7. 20.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 사이에 조정이 성립되어 두 사람은 이혼하였습니다.

원심(청주지법 2025. 4. 10. 선고 2024르50409 판결)은, 배우자에게 ‘제3자의 부정행위 자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 외에 ‘부정행위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별개의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원고가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2017년경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정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2. 10. 13. 제기되었으므로 위자료청구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원고가 상고하였습니다.

쟁점 — 부정행위 자체를 원인으로 한 위자료와 이혼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는 별개의 청구인가

민법 제751조 제1항은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원심은 이 사건 청구를 상간자인 피고의 부정행위 자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로 파악하여, 원고가 부정행위를 알게 된 2017년경을 기산점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소장에서부터 일관되게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부정행위로 인해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고, 이혼조정 성립 후에는 소멸시효 항변에 대응하여 ‘혼인관계 파탄과 이혼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청구이므로 부정행위를 인식한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를 명확히 주장하였습니다. 이처럼 원고가 신청한 청구가 실제로 어떤 성격의 위자료청구인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먼저 관련 법리를 정리했습니다. 부부의 일방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부부의 일방은 그로 인하여 배우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의무를 지고,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며, 부부의 일방과 제3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은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3므2441 판결 참조).

이와 별도로,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은 부부 일방의 유책·불법한 행위에 의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상태에 이르러 이혼하게 된 경우 그로 인하여 배우자가 입게 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손해배상청구권으로서, 이혼의 원인이 되는 개별적 유책행위의 발생으로부터 최종적 이혼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경과가 전체로서 불법행위로 파악되어 최종적 이혼 시점에서 확정·평가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므143 판결,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4므11526, 11533 판결 참조). 이 경우 피해자인 상대방 배우자는 혼인이 해소된 때에 비로소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때부터 3년이 경과하여야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3므3963, 3970 판결 참조).

나아가 대법원은, 부부의 일방이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한 경우 상대방 배우자의 부부 일방 또는 제3자에 대한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다)목 2)에서 정한 다류 가사소송사건에 해당하고, 이와 별개로 상대방 배우자는 이혼과 무관하게 부부공동생활 중 발생한 개별적 부정행위 자체를 불법행위로 파악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으며 이는 통상의 민사사건에 속한다고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 사안에서 어느 쪽 청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의 의사, 혼인관계 유지 여부, 협의이혼 성립 여부나 재판상 이혼청구 여부, 소송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다253154, 253161 판결 참조).

이 사건에 대입하면, 원고는 소장 단계부터 혼인관계 파탄과 이혼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청구임을 일관되게 주장하였고, 이는 부부공동생활 중 발생한 개별적 유책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와 별도로 인정되는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청구를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로 보아 부정행위와 혼인관계 파탄 사이의 인과관계 등 청구원인의 당부를 판단하고,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혼인이 해소된 때를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소멸시효 항변의 당부를 판단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에게 별도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부정행위를 알게 된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았는데, 이는 위자료청구권의 성질과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원고가 신청하지도 않은 사항에 대해 판단함으로써 민사소송법 제203조가 정한 처분권주의를 위반한 잘못이라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실무적으로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가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뚜렷합니다.

먼저, 배우자와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때는 그 청구가 ‘부정행위 자체를 원인으로 한 위자료청구’인지 ‘이혼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청구’인지를 소장 단계에서부터 명확히 특정해야 합니다. 두 청구는 소멸시효 기산점이 다를 뿐 아니라 가사소송사건과 민사사건으로 그 절차적 성격도 갈립니다. 특히 부정행위를 안 시점으로부터 3년이 임박했거나 지난 상태라면, 혼인관계 파탄과 최종적 이혼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청구임을 명확히 주장하여 이혼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이혼이 재판상 이혼이 아니라 조정이나 협의로 성립되더라도 최종적 이혼 시점이 기산점이 된다는 점은 실무상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부정행위를 인지한 시점과 실제 이혼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혼이 늦어졌다고 하여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청구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셋째, 소송 진행 중에도 청구원인을 일관되고 명확하게 주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소장부터 준비서면에 이르기까지 혼인관계 파탄과 이혼을 원인으로 한 위자료청구임을 계속 명시했던 것이 결국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진 핵심 근거가 되었습니다.

법령 조문 핵심 내용
민법 제751조 제1항 정신적 고통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766조 제1항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안 날로부터 3년)
민법 제806조·제843조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 및 그 준용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다)목 2)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의 다류 가사소송사건 해당
민사소송법 제203조 처분권주의

마치며

이 판결은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위자료청구가 그 성격에 따라 소멸시효 기산점이 달라진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은 최종적 이혼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 사안에서 청구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의 주장과 소송 경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청구를 준비하고 계시다면 소장 작성 단계에서부터 청구원인을 명확히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하시다면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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