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가 있어도 성별정정을 허가받을 수 있을까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뒤집은 기존 판례 (2020스616 결정)

성전환자가 가족관계등록부(과거의 호적)상 성별을 정정받으려 할 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법원이 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오랫동안 대법원은 그렇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2022년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이 판례가 뒤집혔습니다. 대법원 2022. 11. 24.자 2020스616 전원합의체 결정(집70민,1181; 공2023상, 178)을 통해 그 변경 내용과 새로운 판단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경과

남성으로 출생한 신청인은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가지고 살아오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혼인하였고, 혼인한 지 약 5년 10개월 만에 이혼하였습니다. 이후 신청인은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해 왔습니다. 신청인에게는 미성년 자녀 2명(쌍둥이)이 있는 상태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원심은 신청인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어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한 1심결정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종전 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의 법리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 결정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쟁점 —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별정정을 막을 수 있는가

이 사건의 쟁점은 현재 혼인 중에 있지 않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그 사정을 성별정정의 독자적인 소극 요건으로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대법원은 헌법 제10조(“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11조 제1항(“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을 근거로, 성전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성을 진정한 성으로 법적으로 확인받을 권리를 가지며,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근본적인 권리로서 행복추구권의 본질을 이룬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도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며(민법 제913조: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 친권을 행사할 때에도 자녀의 복리를 우선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12조 제1항: “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법원은 성전환자의 기본권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복리 사이에서 법익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대법원(다수의견)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별정정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첫째,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가족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부분이 있지만, 이는 부 또는 모의 성전환에 따라 부모의 권리·의무가 실현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둘째, 성별정정 허가 자체가 친권자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한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셋째, 가족관계등록부의 노출로 미성년 자녀가 사회적 편견에 노출될 우려가 있더라도, 이는 국가가 그러한 노출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해 보호해야 할 문제이지 성별정정 자체를 불허할 이유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본인·배우자·직계혈족만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하고(제14조 제1항), 미성년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시 부모 일방만 선택해 특정증명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제15조 제4항·제5항)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판단할 때, 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필요한 일반적 허가 기준 충족 여부 외에도 ② 미성년 자녀의 연령 및 신체적·정신적 상태, ③ 성별정정에 대한 미성년 자녀의 동의나 이해의 정도, ④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의 형태 등 성전환자가 부모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 ⑤ 성전환자가 자녀 및 다른 가족들과 형성·유지하는 관계와 유대감, ⑥ 기타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별정정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대법원은 이 사건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환송했으며, 종전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비롯해 이에 배치되는 결정들은 이 결정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반대의견의 요지

이 결정에는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반대의견은 헌법 제36조 제1항(“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과 우리 민법 체계가 아버지는 남자를, 어머니는 여자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근거로,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정정 허가는 법률의 근거 없이 새로운 신분관계를 창설하는 것이어서 허용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고, 이 문제는 법원의 해석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다수의견에는 이에 대한 반박으로 대법관 박정화·노정희·이흥구, 대법관 김선수·오경미의 보충의견이 각각 붙었습니다.

핵심 법령 한눈에 보기

법령 조문 핵심 내용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헌법 제11조 제1항 법 앞의 평등, 차별 금지
헌법 제36조 제1항 혼인·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 보장
민법 제912조 제1항 친권 행사 시 자녀 복리 우선 고려
민법 제913조 친권자의 자녀 보호·교양 권리의무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 가정법원 허가에 의한 등록부 정정 절차

실무적으로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가

이 결정이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먼저,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 자체는 더 이상 성별정정을 가로막는 절대적 사유가 아닙니다. 다만 허가 여부는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위에서 제시한 여러 사정(자녀의 연령과 상태, 동의·이해 정도, 양육 형태, 유대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성별정정을 신청하려는 성전환자는 자신이 부모로서 실제로 어떻게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지, 자녀와의 관계와 유대감이 어떠한지 등을 뒷받침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이 사건 자체는 파기환송되었을 뿐 확정적으로 성별정정이 허가된 것은 아닙니다. 환송받은 법원이 위 기준에 따라 실질적으로 다시 심리하게 되며,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결정에는 신청인이 자녀들에게 자신을 고모로 소개해 왔다는 등 개별 사정을 지적하며 결론에 반대한 의견도 있었던 만큼, 구체적 사실관계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셋째, 가족관계증명서 관련 개인정보 보호 제도(특정증명서 발급, 증명서 교부청구권자 제한 등)를 적극 활용하면 미성년 자녀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성별정정 절차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 결정은 성전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미성년 자녀의 복리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으로, 종전의 일률적 불허 원칙을 폐기하고 개별·구체적 심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본 정보는 일반적인 법률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상담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성별정정 허가 여부는 신청인과 자녀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실질적으로 심리·판단되므로, 성별정정을 준비 중이시라면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여 필요한 자료와 절차를 안내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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