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간 사람이 사망해도 그 빚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빚은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대로 나뉘어 넘어가므로, 채권자는 상속인 각자에게 그 몫만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속인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면 받을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달라지므로, 사망 사실을 안 직후 3개월 동안의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장례식장에서 빌려준 돈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못 받을 것 같고…” 상담 현장에서 자주 듣는 고민입니다. 이 글에서는 채권자 입장에서 ① 누구에게 ② 얼마를 ③ 언제 어떻게 청구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채무자가 사망하면 빚은 어디로 가나요?
사람이 사망하면 그 사람의 재산뿐 아니라 빚도 함께 상속인에게 넘어갑니다. 민법은 이를 이렇게 규정합니다.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1005조(상속과 포괄적 권리의무의 승계), 현행 2026. 3. 17. 시행본 기준
빌려준 돈(대여금)을 돌려받을 권리는 채무자 개인에게만 전속하는 권리가 아니므로, 채무자가 사망하면 그 반환 의무는 상속인들에게 승계됩니다.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한 사람에게 전부 청구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금전채무처럼 나눌 수 있는 채무는 상속과 동시에 법정상속분대로 자동으로 쪼개져 각 상속인에게 귀속된다고 봅니다(대법원 1997. 6. 24. 선고 97다8809 판결). 따라서 채권자는 상속인 각자에게 “자기 상속분만큼”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정상속분은 민법 제1009조에 따라 정해집니다.
①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그 상속분은 균분으로 한다.
민법 제1009조(법정상속분) 제1항, 제2항
②피상속인의 배우자의 상속분은 직계비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비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고,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존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한다.
예를 들어 채무자에게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다면 상속분은 배우자 1.5 : 자녀 1 : 자녀 1, 즉 3/7, 2/7, 2/7입니다. 빌려준 돈이 7,000만 원이라면 아래와 같이 나뉩니다.
| 상속인 | 법정상속분 | 청구할 수 있는 금액(원금 7,000만 원 가정) |
|---|---|---|
| 배우자 | 3/7 | 3,000만 원 |
| 자녀 A | 2/7 | 2,000만 원 |
| 자녀 B | 2/7 | 2,000만 원 |
“빚은 큰아들이 다 갚기로 했다”는 상속인들 합의, 채권자에게도 효력이 있나요?
상속인들끼리 “빚은 한 사람이 떠안는다”고 협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위 97다8809 판결은 이런 합의를 상속재산분할이 아니라 면책적 채무인수의 실질을 가진 약정으로 보았고, 다른 상속인이 자기 몫의 빚을 면하려면 채권자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근거 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제삼자가 채무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
민법 제454조(채무자와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
②채권자의 승낙 또는 거절의 상대방은 채무자나 제삼자이다.
즉 채권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상속인들의 내부 합의와 관계없이 각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큰아들이 전부 갚겠다”는 연락을 받고 별 생각 없이 승낙하면, 나머지 상속인에게는 청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합니다.
상속인이 상속포기·한정승인을 하면 어떻게 되나요?
상속인은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단순승인, 한정승인, 상속포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①상속인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민법 제1019조(승인, 포기의 기간) 제1항
| 상속인의 선택 | 채권자 입장에서의 결과 |
|---|---|
| 단순승인(또는 아무것도 안 하고 3개월 경과) | 상속인의 고유재산까지 포함해 상속분만큼 청구·집행 가능 |
| 한정승인 |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에서만 집행 가능. 다만 판결은 채무 전액에 대해 받을 수 있음 |
| 상속포기 |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어(민법 제1042조) 그 사람에게는 청구 불가.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상속이 넘어감 |
한정승인에 관해 대법원은 “한정승인은 채무의 존재를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라고 보아, 법원은 상속채무 전부에 대한 이행판결을 하되 주문에 “상속재산의 한도에서만 집행할 수 있다”는 취지를 적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0968 판결). 그러니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했다고 소송을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상속재산이 일부라도 있다면 그 범위에서는 회수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정승인자는 채권자들에게 채권을 신고하라는 공고를 해야 합니다.
①한정승인자는 한정승인을 한 날로부터 5일내에 일반상속채권자와 유증받은 자에 대하여 한정승인의 사실과 일정한 기간 내에 그 채권 또는 수증을 신고할 것을 공고하여야 한다. 그 기간은 2월 이상이어야 한다.
민법 제1032조(채권자에 대한 공고, 최고) 제1항
채권자는 이 공고 기간 안에 채권을 신고해 두어야 배당 절차에서 불이익을 피할 수 있습니다. 차용증, 계좌이체 내역, 문자메시지 등 채권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세요.
채권자는 언제,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 사망 사실과 상속인 확인 — 상속인이 누구인지 알아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도 소송·민사집행 절차에 필요하면 가족관계 증명서 교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아래 조문 참조). 주민센터에 따라 소장 접수증명원 등 소명자료를 요구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관할 주민센터에 필요한 서류를 미리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 내용증명으로 채권 존재 알리기 — 상속인들은 고인의 빚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권 금액·근거를 정리해 상속인 각자에게 보내 두면 이후 분쟁에서 증거가 됩니다.
- 상속인의 선택(3개월) 지켜보기 — 상속포기·한정승인 여부를 가정법원 확인 등을 통해 파악합니다.
- 재산 빼돌리기가 우려되면 상속재산 분리청구나 가압류 검토
- 지급명령 또는 소송 — 상속인별로 상속분에 따른 금액을 청구합니다.
- 판결 후 강제집행 — 한정승인 사건이라면 상속재산 범위에서 집행합니다.
①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혈족(이하 “본인등”이라 한다)은 제15조에 규정된 등록부등의 기록사항에 관하여 발급할 수 있는 증명서(이하 “등록사항별 증명서”라 한다)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고, 본인등의 대리인이 청구하는 경우에는 본인등의 위임을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본인등이 아닌 경우에도 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증명서의 교부 등) 제1항, 2026. 10. 2. 시행본 기준
1.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무상 필요에 따라 문서로 신청하는 경우
2. 소송ㆍ비송ㆍ민사집행의 각 절차에서 필요한 경우
3. 다른 법령에서 본인등에 관한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경우
4.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신청하는 경우
상속재산 분리청구는 언제 쓰나요?
채무자가 남긴 재산은 넉넉한데 상속인 본인이 빚이 많은 경우, 상속재산이 상속인의 채권자들에게 먼저 넘어갈 위험이 있습니다. 이때 고인의 채권자는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분리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①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자 또는 상속인의 채권자는 상속개시된 날로부터 3월내에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의 분리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1045조(상속재산의 분리청구권)
②상속인이 상속의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동안은 전항의 기간경과후에도 재산의 분리를 청구할 수 있다.
기간이 짧으므로, 채무자의 재산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사망 직후 바로 검토해야 합니다. 가압류 절차는 가압류 신청 실무 글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소송 중에 채무자가 사망했다면?
이미 대여금 소송을 하고 있었는데 채무자가 사망하면 소송은 일단 멈춥니다.
①당사자가 죽은 때에 소송절차는 중단된다. 이 경우 상속인ㆍ상속재산관리인, 그 밖에 법률에 의하여 소송을 계속하여 수행할 사람이 소송절차를 수계(受繼)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33조(당사자의 사망으로 말미암은 중단)
②상속인은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 동안 소송절차를 수계하지 못한다.
제2항 때문에 상속인들이 상속포기 여부를 정할 수 있는 기간에는 수계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채권자는 이 기간 동안 상속인 확인과 상속포기·한정승인 여부 파악을 마쳐 두고, 기간이 지나면 수계신청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있는 경우 등 구체적인 진행은 사건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상속인이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돈을 못 받나요?
1순위부터 다음 순위까지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사실상 상속인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 경우 이해관계인인 채권자가 가정법원에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①상속인의 존부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피상속인의 친족 기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고 지체없이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민법 제1053조(상속인없는 재산의 관리인) 제1항
상속재산관리인이 고인의 재산을 정리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됩니다. 다만 선임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고인에게 회수할 만한 재산이 있는지 먼저 따져 보고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소멸시효는 어떻게 되나요?
대여금 채권은 소멸시효가 있으므로 채무자 사망 후 상속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가 길어지면 불안할 수 있습니다. 민법은 이런 경우를 위한 시효정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상속재산에 속한 권리나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는 상속인의 확정, 관리인의 선임 또는 파산선고가 있는 때로부터 6월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아니한다.
민법 제181조(상속재산에 관한 권리와 시효정지)
다만 이 규정은 시효 완성을 잠시 늦춰 줄 뿐이므로,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상속인 확정 후 바로 청구 절차에 들어가야 합니다. 시효의 기본은 빌려준 돈의 소멸시효 글을 참고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Q1. 장례식장에서 상속인에게 돈 이야기를 해도 되나요?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적 반발로 협의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장례 후 내용증명이나 정중한 서면으로 채권 내용을 알리는 편이 보통 더 효과적입니다.
Q2. 차용증 없이 계좌로만 빌려줬는데 상속인이 “그냥 준 돈”이라고 합니다.
채무자 본인이 없어 다툼이 더 어려워지므로 문자·카톡·통화 녹음 등 빌려준 돈이라는 정황 자료를 최대한 모아야 합니다. 계좌이체만으로 대여금을 증명할 수 있을까 글이 도움이 됩니다.
Q3. 상속인 중 한 명만 연락이 됩니다. 그 사람에게 전액을 받을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그 사람의 법정상속분만큼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상속인에게는 각자의 몫을 따로 청구해야 합니다.
Q4. 고인이 보증인이었던 경우에도 같은가요?
보증채무도 원칙적으로 상속됩니다. 다만 보증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고인의 보증채무 상속 글을 함께 보세요.
Q5.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했는데 상속재산 목록에 고인의 집이 빠져 있습니다.
한정승인 시 상속재산을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으로 볼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26조 제3호, 위 2003다30968 판결은 이를 “상속채권자를 사해할 의사로써” 기입하지 않은 경우로 해석). 이 경우 상속인의 고유재산에도 집행할 여지가 생기므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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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면 법무법인 우리 정상수 변호사(ssjung@wooreelaw.co.kr, 02-592-5869)에게 문의하시거나 상담 신청 페이지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