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오랜 기간 부양하며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가정법원에서 기여분을 30%까지 인정받았다고 해도, 다른 형제자매가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는 이 기여분을 전혀 고려받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그동안 법 조문의 공백 때문에 이런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해 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과 그 소급효가 실제 소송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리한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다208261 판결(공2026하, 1412)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경과
원고와 피고는 망인의 자녀입니다. 망인은 2018. 10. 26. 사망하였고, 사망 당시 아파트와 예금채권 등 합계 약 2억 6,280만 원의 상속재산을 남겼습니다. 망인은 생전에 원고에게 현금 7,000만 원을, 피고에게는 현금 8,000만 원과 부동산 지분을 각 증여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반심판으로 기여분심판을 청구하여, 법원은 ‘피고의 기여분을 30%로 정한다’는 결정을 하였고 이는 2021. 2. 23.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가 생전 증여받은 재산으로 자신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피고는 이 소송에서 ‘가정법원에서 이미 30%로 확정된 기여분 상당액은 유류분 산정을 위한 재산가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광주지법)은 종전 법리에 따라 유류분 산정 시 기여분을 공제할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피고가 상고하였습니다.
쟁점 1 — 기여분과 유류분을 이어주는 조문이 없었던 문제
유류분에 관한 구 민법(2026. 3. 17. 법률 제214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18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제1001조, 제1008조, 제1010조의 규정은 유류분에 이를 준용한다.”
이 조문은 대습상속(제1001조)과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제1008조)만 유류분에 준용할 뿐, 기여분에 관한 제1008조의2는 준용 대상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기여상속인이 기여의 대가로 증여를 받았더라도 유류분 산정 단계에서는 이를 반영할 방법이 없어, 기여상속인이 오히려 비기여상속인에게 그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 4. 25. 선고 2020헌가4 등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이러한 입법 공백이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 헌법불합치를 선언하면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인 2025. 12. 31.을 시한으로 구법 조항이 계속 적용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쟁점 2 — 잠정적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있었던 이유
대법원은 헌법불합치결정에서 구법 조항의 잠정적용을 명한 취지는 유류분제도 자체를 시행할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유지하기 위한 것일 뿐, 기여분과 유류분이 단절되어 기여상속인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는 상태까지 개선입법 시행 시점까지 유지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구법 조항 가운데 ‘기여분에 관한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부분’은 잠정적용이 아니라 적용중지 상태에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2026. 3. 17. 법률 제21454호로 개정된 민법은 제1008조에 다음과 같은 단서를 신설하였습니다.
“다만, 증여나 유증이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행하여진 때에는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008조는 제1118조에 의해 유류분에 준용되므로, 이 신설 단서 덕분에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유증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서도 제외됩니다. 민법 부칙(2026. 3. 17.) 제2조는 이 신법 조항을 헌법불합치결정 선고일인 2024. 4. 25. 이후 개시된 상속에 대해서도 적용하도록 하여 소급적용의 범위를 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망인은 2018. 10. 26. 사망하여 부칙이 정한 경과조치의 적용범위(2024. 4. 25. 이후 상속개시)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게 된 당해 사건 및 그 결정 당시 위헌제청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이던 사건에는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는 법리(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두18885 판결, 공2011하, 2234 참조)를 적용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송은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이미 법원에 계속 중이었으므로, 부칙의 경과조치 범위 밖이라도 위헌성이 제거된 신법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이 구법 조항의 적용을 전제로 피고의 특별수익을 산정한 것에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이 판결은 두 가지 점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헌법불합치결정이 잠정적용을 명하더라도, 그 잠정적용의 효력 범위는 결정문의 문언만으로 기계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잠정적용을 명한 실질적 이유에 비추어 개별적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둘째, 개선입법의 부칙이 정한 소급적용 범위(경과조치)가 있더라도,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이미 법원에 계속 중이던 사건에는 그 부칙의 범위와 무관하게 헌법불합치결정 자체의 소급효가 미친다는 기존 법리를 유류분 사건에도 그대로 관철하였습니다.
실무적으로는, 2024. 4. 25. 이전에 상속이 개시되었더라도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법원에 계속 중이었다면 기여분에 상응하는 특별수익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공제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확정된 기여분심판이 있다면 그 심판에서 인정된 기여분 비율과 액수를 유류분소송에서 적극적으로 원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기여분심판과 유류분소송은 별개의 절차이므로, 기여분심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가 유류분소송에서 그대로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공제되는 범위는 어디까지나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로 한정된다는 점도 함께 유의해야 합니다.
■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
Q. 2024. 4. 25. 이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라면 무조건 개정법이 적용되나요?
네, 민법 부칙(2026. 3. 17.) 제2조에 따라 2024. 4. 25.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는 개정된 제1008조 단서가 그대로 적용되어,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유증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제외됩니다.
Q. 2024. 4. 25. 이전 상속인데 유류분소송이 아직 제기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이번 판결은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소급효가 미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정일(2024. 4. 25.) 당시 아직 소송이 계속되지 않았던 사건까지 소급효가 미치는지는 이 판결만으로는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구체적 사안에서는 변호사와 함께 개별적으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Q. 기여분심판에서 인정된 기여분 비율(예: 30%)이 유류분소송에서도 그대로 인정되나요?
기여분심판과 유류분소송은 별개의 절차이고 심리 대상도 다르므로, 기여분심판의 결과가 유류분소송에서 당연히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확정된 기여분심판은 유력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고, 유류분소송에서도 기여의 시기·방법·정도 등을 다시 주장·증명하는 것이 실무상 필요합니다.
Q. 이미 유류분반환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이 판결을 근거로 다시 다툴 수 있나요?
이미 확정된 판결은 원칙적으로 재심 등 별도의 불복 절차 없이는 다시 다툴 수 없습니다.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상고심에 계속 중인 사건이라면 이 판결의 법리를 적극 원용할 수 있습니다.
💡 실무 팁: 상속개시 시점이 2024. 4. 25. 이전이라도 유류분소송이 그 무렵 법원에 계속 중이었다면 기여분 공제 주장을 포기하지 마시고, 관련 기여분심판 자료를 조기에 확보하여 소송에 현출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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