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문신도 무면허 의료행위일까 — 대법원이 34년 만에 뒤집은 판단 (대법원 2021도15611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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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두피에 헤어라인을 그려주는 반영구 문신 시술을 받아본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이런 시술을 하는 것이 형사처벌 대상인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까요. 대법원은 그동안 1992년 판례를 통해 눈썹 문신 등 미용문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34년 된 판례를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대법원 2026. 5. 21. 선고 2021도15611 전원합의체 판결(공2026하, 1456)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의료인이 아님에도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손님들에게 탈모를 가리기 위한 두피문신시술(헤어라인 반영구화장)을 해주었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시술이 구 의료법(2024. 9. 20. 법률 제204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을 의료법위반으로 기소하였습니다. 원심인 서울서부지법 2021. 11. 1. 선고 2021노834 판결은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고, 피고인이 상고하였습니다.

쟁점 1 — ‘의료행위’란 무엇이고 어떻게 판단하는가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의료행위’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외과적 시술, 조산, 간호 등을 시행하여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행위 및 그 밖에 사회통념에 비추어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사람의 생명·신체 등에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어 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시행과 관리가 필요한 행위를 뜻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시술행위가 의료행위인지는 그 행위의 목적·태양, 그로 인한 위험성의 유무 및 정도, 사회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쟁점 2 — 미용문신도 여기에 해당하는가, 91도3219 판례는 어떻게 되는가

종래 대법원은 1992. 5. 22. 선고 91도3219 판결(공1992, 2057)에서 비의료인이 행한 눈썹 등 미용문신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근거로 통상적인 미용문신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변경하였습니다.

첫째, 미용문신은 치료 목적이 아니라 미용 목적으로 피부에 색소를 주입하는 행위로서, 그에 필요한 것은 의학적 전문지식이라기보다 예술적·미용적 숙련도에 가깝습니다. 둘째, 일회용 니들, 소독기, 자동문신기 등 위생·안전관리 여건이 상당히 개선되었고 문신용 염료도 위생용품으로 관리되는 등 감염이나 부작용의 위험이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셋째, 사회통념도 크게 변화하여 성인의 약 28%가 미용문신 시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그중 의사가 직접 시행한 비율은 약 1.59%에 불과하였습니다. 넷째, 2025. 10. 28. 법률 제21070호로 문신사법이 제정되어 2027. 10. 29.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이는 문신사라는 별도의 자격제도를 마련하여 문신시술의 안전관리를 도모하려는 입법적 결단으로서, 미용문신을 전적으로 의료인의 영역으로만 취급해 온 기존 해석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들과 직업선택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보장의 관점을 함께 고려하여, 통상적인 미용문신행위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91도3219 판결을 변경하고,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이번 판결로 통상적인 미용문신 시술 자체를 이유로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하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통상적인’ 미용문신에 대한 판단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시술 부위나 방법에 따라 침습 정도가 크거나 의학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 또는 문신을 명목으로 사실상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시술(예: 반영구화장을 넘어선 피부 시술, 약물 주입 등)을 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무면허 의료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2027. 10. 29. 문신사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문신시술에 관한 별도의 자격·등록 제도가 없는 과도기적 상황이므로, 미용업 종사자로서는 시술의 종류와 방식에 따라 법적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법리는 일반적인 설명이며, 구체적인 시술 내용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여 개별적으로 검토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번 판결이 실제로 바뀐 부분과 바뀌지 않은 부분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그대로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뀐 것은 ‘통상적인 미용문신행위’ 그 자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단정하던 종전의 획일적 판단입니다. 즉 눈썹, 아이라인, 입술, 두피 헤어라인 등 순수하게 미용 목적으로 색소를 피부에 주입하는 표준적인 시술 방식은 그 자체만으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반면 바뀌지 않은 것은 의료행위 여부를 개별 사안마다 목적·수단·위험성·사회통념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기본 틀입니다. 대법원은 미용문신 일반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것이지, 문신과 관련된 모든 시술이 의료행위가 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마취제나 국소마취주사를 사용하는 시술, 피부를 깊게 절개하거나 진피층 이하까지 침습하는 시술, 감염이나 흉터 등 부작용의 위험이 통상적인 미용문신보다 현저히 높은 시술은 여전히 의료행위로 평가되어 무면허로 행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판결은 ‘문신이면 무조건 안전’이라는 뜻이 아니라, 통상적인 범위 내의 미용문신에 한하여 의료법의 규율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

Q. 반영구화장(눈썹, 아이라인, 입술) 시술도 이번 판결의 적용을 받나요?

네, 이번 판결에서 다룬 두피문신과 마찬가지로 반영구화장도 통상적인 미용 목적의 문신행위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시술 부위나 방법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예: 과도한 침습, 마취제 사용 등)에는 개별적으로 다시 판단될 수 있습니다.

Q. 문신사법이 시행되면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나요?

2027. 10. 29. 문신사법이 시행되면 문신사 자격을 갖춘 사람만 합법적으로 문신시술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고, 문신업소의 위생·안전관리에 관한 법정 기준도 마련됩니다. 이 판결은 문신사법 시행 전까지의 공백기에 적용되는 형사법리를 정리한 것으로, 문신사법 시행 이후에는 무자격 문신시술이 문신사법 위반으로 별도 규율될 수 있습니다.

Q. 이 판결로 과거에 미용문신 관련 의료법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들도 구제받을 수 있나요?

판례 변경은 원칙적으로 장래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며,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에 소급하여 효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이번 변경된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미 확정된 사건의 구제 가능 여부는 재심 사유 해당 여부 등을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하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Q. 미용실 등에서 문신시술을 하다가 형사고소를 당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시술의 구체적 내용(부위, 침습 정도, 사용 기구, 마취 여부 등)과 위생·안전관리 실태를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판결이 제시한 판단기준(목적·수단, 위험성, 사회통념 등)에 비추어 통상적인 미용문신 범위 내였음을 입증할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실무상 도움이 됩니다.

💡 실무 팁: 미용문신 관련 형사사건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방어논리의 축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수사·재판 단계에서 이 판결을 적극적으로 원용하되, 시술의 구체적 태양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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