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에 배우자 일방이 파산선고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은 파산재단에 포함되어 파산관재인이 대신 행사하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당사자 본인만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남는 것인지 실무상 혼란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 사건의 개요
원고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소송이 제1심에서 진행되던 중 원고에게 파산선고가 내려졌고, 원고의 파산관재인이 본소 중 위자료와 재산분할청구 부분에 관하여 소송수계신청을 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은 이 수계신청을 허가하였고, 이후 제1심과 원심은 파산관재인을 당사자로 하여 재산분할 부분에 관한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절차 진행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본소 재산분할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23므10861, 10878 판결).
■ 쟁점 — 재산분할청구권도 파산관재인이 대신 행사할 수 있나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이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파산재단에 속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재산분할을 구하는 절차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상 소송수계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재산분할청구권이 파산재단에 속한다면 파산관재인이 이를 관리·처분할 권한을 갖게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로지 당사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서만 행사되어야 하는 권리가 됩니다.
■ 대법원의 판단 — 재산분할청구권의 일신전속성
대법원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이 청구인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지만,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혼 당사자는 배우자, 자녀 등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산분할청구권의 행사 여부 자체를 결정하게 되고, 법원 역시 청산적 요소뿐 아니라 이혼 후 부양적 요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적 성질까지 고려하여 재산을 분할합니다. 또한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나 심판에 의해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그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여,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대법원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그 행사 여부가 청구인의 인격적 이익을 위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맡겨진 권리로서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지므로,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없고 파산재단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7. 28.자 2022스613 결정 참조).
■ 소송수계신청이 부적법하다면 판결의 효력은?
재산분할청구권이 파산재단에 속하지 않는 이상, 파산관재인이나 상대방이 이 부분 소송절차를 수계할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재산분할을 구하는 절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송수계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법원이 부적법한 소송수계신청을 받아들여 소송을 진행한 후 소송수계인을 당사자로 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다면, 이는 소송에 관여할 수 있는 적법한 당사자가 법률상 소송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심리되어 선고된 것과 마찬가지로 위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대법원 1981. 3. 10. 선고 80다1895 판결, 대법원 2019. 4. 25. 선고 2018다270951, 270968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도 원고 파산관재인의 소송수계신청은 부적법하여 기각되었어야 함에도 이를 허가하고 절차를 진행한 원심과 제1심 판결에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아,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하고 소송수계신청 자체를 기각하였습니다.
■ 관련 법령
채권자대위권의 대상에서 일신전속권이 제외된다는 원칙은 민법 제404조에 근거합니다.
민법 제404조(채권자대위권) ①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신에 전속한 권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채권자는 그 채권의 기한이 도래하기 전에는 법원의 허가 없이는 전항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보전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또한 이 판결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7조 제1항에 대하여,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관하여 파산선고 당시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소송은 파산관재인 또는 상대방이 수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음을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처럼 애초에 파산재단에 속하지 않는 권리에 관한 절차는 이 수계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실무 팁: 이혼 소송 진행 중 당사자 일방이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재산분할청구 부분은 파산관재인이 아니라 당사자 본인이 계속하여 소송을 수행해야 합니다. 파산관재인이 잘못 수계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하여 절차가 진행되었다면, 상대방으로서는 이러한 수계신청과 절차 진행의 적법성을 다투어 상소이유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혼 및 위자료 청구 부분과 재산분할 청구 부분은 파산재단 해당 여부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파산 절차와 이혼 소송이 겹치는 사안에서는 각 청구별로 수계 대상 여부를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 파산과 이혼이 겹치는 경우의 실무적 시사점
파산선고와 이혼소송이 시기적으로 겹치는 사안은 실무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사업 실패나 과도한 채무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안에서는 파산관재인, 이혼 당사자, 상대방 배우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됩니다. 파산관재인의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재산분할청구권 행사 여부에 따라 파산채권자들에게 배당할 재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그러한 채권자의 기대만으로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일신전속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명확히 하였습니다. 채무자가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그로 인해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현재 상태보다 악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판결 이유에서 지적된 부분입니다.
이러한 법리는 이혼 소송을 진행하는 실무가들에게도 중요한 지침이 됩니다. 소송대리인으로서는 의뢰인이 소송 계속 중 파산선고를 받게 되는 경우, 위자료·재산분할 청구 부분에 대하여 파산관재인의 부적법한 수계신청이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다투어 절차의 적법성을 지켜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방 소송대리인의 입장에서도,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진행된 재산분할 절차의 효력에 의문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다투어야 추후 재심리 절차에서 불이익을 피할 수 있습니다.
■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
Q. 배우자가 파산선고를 받으면 이혼소송 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이혼청구나 위자료청구는 재산분할청구와 성격이 다르므로, 파산선고를 받은 당사자라 하더라도 이혼소송을 계속 수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자료 등 순수한 재산상 청구권의 경우 파산재단 해당 여부에 관하여 별도의 검토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파산 절차와 이혼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에는 각 청구 항목별로 어떤 절차가 적용되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파산관재인이 재산분할청구권을 대신 행사해서 재산을 확보할 수는 없나요?
A. 이번 판결에 따르면 재산분할청구권은 행사상 일신전속성을 가지므로, 파산관재인이 채권자대위권의 형태로 이를 대신 행사할 수 없고, 파산재단에도 편입되지 않습니다. 즉 재산분할을 청구할지 여부는 오로지 당사자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맡겨진 영역이며, 파산관재인이 채권자들의 이익을 위해 이를 강제로 청구하거나 관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Q. 이미 재산분할이 확정된 이후에 파산선고를 받으면 그 재산분할금도 파산재단에 포함되나요?
A. 이 판결은 재산분할청구권 자체, 즉 아직 협의나 심판에 의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의 권리에 관한 것입니다. 협의나 심판을 통해 재산분할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어 실제로 금전이나 재산을 지급받은 이후라면, 그렇게 취득한 재산은 통상의 재산과 마찬가지로 취급되어 파산재단 해당 여부가 판단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개별적으로 상담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것도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가 되나요?
A. 대법원은 재산분할청구권의 불행사가 채권자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더라도, 이는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현재보다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사해행위취소권은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재산을 처분하여 책임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단순히 행사하지 않은 것만으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입니다. 다만 이미 협의나 심판으로 구체적인 재산분할청구권이 확정된 이후 이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별도의 처분행위가 있었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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