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 대상 부동산의 가격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이 오래 진행되는 동안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리기도 하는데, 이럴 때 법원은 언제를 기준으로, 어떤 자료로 재산 가액을 정해야 할까요. 대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이 기준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하면서,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되지 않고 직권으로 재산분할의 대상과 가액을 조사·판단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확인하였습니다.
■ 사건의 개요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제1심은 원고의 이혼청구와 재산분할청구를 일부 받아들이면서, 쟁점이 된 부동산들을 피고의 적극재산으로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하고 그 가액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원고는 위자료 및 재산분할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제1심에서 인정된 부동산 가액이 공시가격으로 산정되었으니 정당한 가격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가감정을 신청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감정평가서가 도착하였으나, 원심은 감정결과가 도착하였다는 사실만 고지한 채 별다른 판단 없이 변론을 종결하였고, 항소심 판결 이유에서도 감정결과와 부동산 가액에 관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제1심판결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보아 재산분할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4므10370 판결).
■ 쟁점 1 — 법원은 당사자 주장과 무관하게 재산분할 대상·가액을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는가
재산분할사건은 가사소송법상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해당합니다. 금전 지급 등 재산상 의무이행을 구하는 마류 가사비송사건에서는 원칙적으로 청구인의 청구취지를 초과하여 의무이행을 명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사비송절차에는 민사소송과 달리 법원이 스스로의 권능과 책임으로 재판의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이 원칙에 따라, 재산분할사건에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되지 않고 재산분할의 대상과 가액을 직권으로 조사·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당사자가 재산분할 대상과 가액을 주장하는 것은 그에 관한 법원의 직권 판단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 쟁점 2 — 재산분할 대상 재산의 가액은 언제를 기준으로 정하나
대법원은 재판상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에서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재산분할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 가액은 반드시 시가감정에 의해서만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는 자료에 의하여 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법원으로서는 변론종결일까지 기록에 나타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개개의 공동재산 가액을 정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시가감정 결과가 변론종결일 이전에 이미 도착하였음에도, 이를 반영하여 부동산 가액을 재산정하지 않고 제1심 변론 당시의 개별공시지가 자료에 근거한 가액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태도에 대하여, 원심으로서는 변론종결일까지 기록에 나타난 시가감정 결과 등 객관적이고 합리성 있는 자료에 의해 변론종결일 또는 이에 가까운 날을 기준으로 부동산 가액을 산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재판상 이혼에서 재산분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관련 법령
재산분할청구권의 근거인 민법 제839조의2와 제843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①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당사자간에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그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이 경우 가정법원은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③ 제1항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에도 민법 제843조에 의하여 위 제839조의2가 그대로 준용됩니다. 아울러 이 판결은 재산분할사건이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이 정한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해당하고, 가사소송법 제34조에 의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비송사건절차법의 직권탐지주의 규정이 준용된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 실무 팁: 재산분할 대상 부동산의 시가가 소송 진행 중 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항소심 등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에 최대한 가까운 시점에 시가감정을 신청하고, 감정결과가 나온 뒤에는 이를 반영한 재산분할 가액 주장을 서면으로 명확히 정리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판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무적으로는 당사자가 구체적인 자료와 주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이 이를 놓칠 위험이 있으므로, 변론종결 직전까지 최신 가액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의미
이 판결은 재산분할 소송 실무에서 두 가지 중요한 지침을 제공합니다. 첫째, 법원의 직권탐지주의는 당사자가 재산분할 대상이나 가액에 관하여 다소 부정확하게 주장하더라도, 법원이 기록에 나타난 자료를 통해 이를 직권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근거가 됩니다. 이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재산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재산분할 사건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법원의 사실조회,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감정 등 각종 증거조사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둘째, 재산 가액 산정의 기준 시점이 사실심 변론종결일이라는 원칙은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즉 제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부동산 시가가 변동되었다면, 항소심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시점의 가액이 반영되어야 하고, 단순히 제1심에서 인정된 가액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위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재산분할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최신 시가 자료를 적시에 확보하고 제출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 변동이 큰 시기에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변론종결 직전에 감정을 신청하거나 최신 실거래가 자료를 제출하는 전략이 실질적인 재산분할 액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
Q. 이혼소송이 오래 걸려서 그 사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 어느 시점 가격으로 재산분할을 받게 되나요?
A. 원칙적으로 사실심(1심 또는 항소심) 변론이 종결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 가액을 산정합니다. 따라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면, 그 상승분이 반영된 변론종결일 무렵의 시가를 기준으로 재산분할금이 산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이러한 최신 가액이 반영되려면 당사자가 그 시점에 맞추어 시가감정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입증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시가감정을 반드시 받아야만 재산분할 가액을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재산 가액이 반드시 시가감정에 의해서만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공시가격, 실거래가 자료, 인근 매매사례 등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는 자료라면 재산 가액 산정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당사자 사이에 가액에 관한 다툼이 크거나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경우에는 시가감정을 통해 보다 정확한 가액을 확보하는 것이 분쟁 해결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Q. 항소심에서 감정결과가 나왔는데 법원이 이를 반영하지 않고 판결을 선고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한 것처럼, 법원이 이미 제출된 감정결과 등 객관적 자료를 충분히 심리·판단하지 않고 종전 자료만으로 재산분할금을 산정하였다면 이는 법리 오해 내지 심리미진의 상고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감정결과가 도착한 이후 변론이 재개되지 않고 그대로 종결되는 경우, 당사자로서는 감정결과에 기초한 주장을 담은 준비서면을 신속히 제출하거나 변론재개를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Q. 마류 가사비송사건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한다는 것이 당사자에게 유리한가요, 불리한가요?
A. 직권탐지주의는 당사자의 주장이나 증명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법원이 재판의 기초자료를 스스로 수집하여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원칙적으로는 당사자 보호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법원의 직권조사에만 의존하기보다, 당사자가 스스로 필요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하여 제출하는 것이 재산분할 결과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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