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준비하면서 재산을 따져보니 정작 남는 재산보다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지, 오히려 상대방의 빚까지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바 있습니다.
■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이혼하는 부부 쌍방의 재산 상태를 따져본 결과, 각자가 보유한 적극재산(부동산, 예금 등)보다 소극재산(대출금, 채무 등)이 더 많은 채무초과 상태였던 경우입니다. 원심은 이처럼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 전체가 채무초과 상태라면 재산분할 청구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
■ 쟁점 —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해도 재산분할이 가능한가
재산분할 제도는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하여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고, 이혼 후 상대방의 생활을 배려하는 부양적 성격도 함께 지닙니다. 그런데 부부 쌍방의 재산을 모두 합산했을 때 빚이 재산보다 많다면, 재산분할을 인정하는 것이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결과가 되어버립니다. 이 경우에도 법원이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여 채무 분담을 명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 대법원 다수의견의 요지
대법원 다수의견은,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자신에게 귀속되어야 할 몫보다 더 많은 적극재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소극재산의 부담이 더 적은 경우에는, 적극재산을 분배하는 방식이든 소극재산(채무)을 분담시키는 방식이든 재산분할이 가능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결과적으로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형태가 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재산분할 청구가 당연히 배척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다수의견은 이 경우 법원이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채무 부담의 경위와 용처,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능력과 장래 전망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채무를 분담시킬지 여부와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적극재산을 나눌 때처럼 재산형성 기여도만을 기준으로 일률적인 비율을 적용해 당연히 분할·귀속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지적하였습니다.
■ 반대의견·별개의견은 어떻게 달랐나
이 판결에는 대법관들 사이에 여러 견해가 병존하였습니다. 반대의견(대법관 이상훈, 김소영)은 우리 민법이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재산분할청구권은 상대방 명의 재산에 대한 실질적 기여를 인정받아 그 이전이나 대가를 청구하는 권리이므로, 상대방 명의로 남는 순재산이 없다면 애초에 재산분할의 객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별개의견(대법관 고영한, 김신)은 상대방 명의로 남는 순재산(양의 재산)이 있다면 그 한도에서는 재산분할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으로 채무 자체를 분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절충적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또 다른 별개의견(대법관 김용덕)은 상대방에게 적극재산이 있는 이상 소극재산이 이를 초과한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소극재산 관련 사정은 분할 여부와 비율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 관련 법령
이 사건의 근거가 된 민법 제839조의2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①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당사자간에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그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이 경우 가정법원은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③ 제1항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도 민법 제843조에 의해 위 제839조의2가 그대로 준용되므로, 협의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재산분할청구권의 법적 성격은 동일합니다.
💡 실무 팁: 재산분할 협상이나 소송에서는 적극재산 목록뿐 아니라 대출금, 카드론, 사업채무 등 소극재산 자료도 빠짐없이 정리해 제출해야 합니다. 채무초과 상태라 하더라도 상대방 명의로 순자산이 남아 있거나 특정 채무의 부담 경위가 불명확하다면 여전히 재산분할이 인정될 여지가 있으므로, 채무 관계에 대한 정확한 증빙(대출계약서, 채무자별 사용처 자료 등)을 확보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 이 판결이 실무에 미친 영향
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실무에서는 부부 쌍방의 재산을 합산한 결과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면 재산분할 청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로 종전 판례의 입장을 변경하면서, 채무초과 상태라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 청구를 일률적으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는 특히 사업 실패나 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자 실패 등으로 부부가 공동으로 빚을 떠안게 된 이혼 사건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배우자 일방에게 명의상 빚이 몰려 있더라도, 그 빚이 실제로는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사용되었거나 상대방 명의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것이라면, 재산분할 절차를 통해 채무 부담을 공평하게 재분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다만 이 판결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재산분할이 항상 인정된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분할대상 재산과 채무의 규모, 형성 경위, 당사자의 향후 경제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안마다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송 실무에서는 단순히 전체 재산과 채무의 총액만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채무 항목별로 그 발생 경위와 용처, 명의자, 실질적 부담자가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는 작업이 중요해졌습니다.
■ 재산분할 청구권의 행사 기간도 함께 확인하세요
재산분할청구권은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에 따라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는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습니다. 협의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이혼이 성립한 날을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야 하므로, 채무 관계 정리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혼 신고 전에 재산분할까지 함께 협의하거나, 이혼 소송과 재산분할 청구를 병합하여 진행하는 방법을 통해 기간 도과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 관행입니다.
■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
Q. 배우자 명의로 빚만 남아 있고 재산이 전혀 없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나요?
A. 상대방 명의로 남는 순재산이 전혀 없는 경우까지 당연히 채무 분담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 판결의 다수의견도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채무 분담을 명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채무의 성질과 경위, 당사자의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담 여부와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채무초과라는 사정만으로 일률적으로 재산분할이 배척되거나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결혼 전부터 있던 배우자의 개인 빚도 재산분할에서 고려되나요?
A.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하여 형성한 재산관계의 청산을 본질로 합니다. 따라서 혼인 전부터 존재하던 일방의 고유한 채무나 부부공동생활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부담한 채무는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소극적으로만 고려되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다만 그 채무가 실제로 혼인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사용되었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채무의 발생 경위와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혼 후 2년이 지난 뒤에 상대방에게 숨겨둔 재산이 발견되면 어떻게 하나요?
A. 재산분할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이혼한 날부터 2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므로, 그 기간이 지난 뒤에는 새로운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기 어려운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이혼 당시 이미 진행 중이던 재산분할 사건이라면 심리 과정에서 새로 발견된 재산을 분할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주장할 수 있고, 상대방이 재산을 은닉한 경위에 따라서는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나 사해행위취소 등 다른 법적 수단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재산 은닉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이혼 절차 진행 중에 재산조회,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등 법원의 사실조회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재산분할 소송에서 채무 분담이 인정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되나요?
A. 법원이 채무 분담을 명하는 방식은 사안에 따라 다양합니다. 특정 채무를 당사자 일방이 전적으로 인수하도록 정하거나, 채무 상당액을 고려하여 상대방이 지급할 재산분할 금액을 감액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채무 정산 효과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지적하듯 이는 기계적인 비율 적용이 아니라 채권자와의 관계, 담보 존부, 이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원이 재량으로 정하는 영역입니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법무법인 우리로 상담을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